1. 우리 집의 '왕', 첫째의 마음
유기묘, 고양이를 새로운 가족으로 맞이하는 설렘 속, 집사의 마음 한편에는 커다란 걱정이 자리 잡습니다. "우리 첫째가 동생을 좋아할까?", "혹시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아프면 어떡하지?"
당연한 걱정입니다. 고양이는 자신의 영역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동물입니다. 첫째에게 집은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고 평화로운 자신만의 왕국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낯선 냄새를 풍기는 새로운 존재가 나타나 자신의 공간을 침범한다면 어떨까요?
둘째 유기묘 입양은 단순히 '친구를 만들어주는 일'이 아니라, '첫째의 세상에 지각변동을 일으키는 일'임을 이해하는 것. 성공적인 합사는 바로 이 마음에서부터 시작됩니다.

2. 고양이 합사, 서두르면 반드시 실패합니다
"그냥 두면 알아서 친해지겠지?" 이것은 합사에서 가장 위험하고 잘못된 생각입니다. 유기묘와 첫째 고양이에게 첫인상은 거의 전부와도 같습니다. 제대로 된 절차 없이 둘을 바로 대면시키는 것은, 서로에게 끔찍한 트라우마를 남기고 평생의 적이 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성공적인 합사의 핵심은 '시간'과 '인내'입니다. 서로의 존재를 점진적으로, 그리고 긍정적으로 인식시키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 과정은 며칠이 걸릴 수도, 혹은 몇 달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모든 것은 첫째 고양이의 성향과 속도에 맞춰야 합니다.
3. '고양이 합사의 정석' 단계별 따라하기
유기묘 고양이 합사에는 전 세계 집사들이 인정하는 '표준 절차'가 있습니다. 이 단계를 차근차근 따라가는 것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가장 안전한 길입니다.
1단계: 완벽한 공간 분리 (최소 1~2주)
목표: 고양이 서로의 존재를 소리와 냄새로만 인지시킨다.
방법: 둘째 고양이(유기묘)는 모든 것이 갖춰진 별도의 방(화장실, 밥그릇, 물그릇, 숨숨집 등)에서만 생활하게 합니다. 첫째는 기존 공간을 그대로 사용하며, 문틈으로 새어 나오는 낯선 고양이의 소리와 냄새에 서서히 익숙해지도록 둡니다.
2단계: 고양이 냄새 교환 (긍정적 연상 심어주기)
목표: 서로의 냄새를 '좋은 기억'과 연결시킨다.
방법: 각 고양이가 사용한 담요나 장난감을 서로에게 가져다줍니다. 이때, 낯선 냄새가 나는 물건 옆에 맛있는 간식을 놓아주어 '이 냄새 = 맛있는 거!'라는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핵심입니다.
3단계: 제한된 시각적 만남 (안전한 대면)
목표: 안전한 상태에서 서로의 모습을 확인시킨다.
방법: 방 문 앞에 안전문(방묘문)을 설치하고, 문을 열어 서로를 볼 수 있게 해줍니다. 이때도 맛있는 간식을 주거나 함께 장난감 놀이를 해주며 서로의 존재가 위협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만남의 시간은 짧게 시작해서 점차 늘려나갑니다.
4단계: 고양이 합사 (감독 하의 만남)
목표: 첫째 고양이와 유기묘 둘째 고양이의 같은 공간에서 짧은 시간 함께 지내본다.
방법: 안전문 없이 둘을 같은 공간에 있게 하되, 반드시 보호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합니다. 낚싯대 장난감 등으로 함께 놀아주며 긍정적인 분위기를 만듭니다. 하악질 정도는 자연스러운 서열 정리 과정일 수 있지만, 격렬한 싸움으로 번질 기미가 보이면 즉시 분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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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고양이 합사에 대한 FAQ
Q1. 첫째가 문 앞에서 계속 하악질을 해요. 합사는 실패한 걸까요?
A. 아닙니다. 하악질은 고양이에게 "너는 누구야? 내 영역에 들어오지 마!"라고 말하는 매우 자연스러운 경고 신호입니다. 이는 합사 과정의 일부이며, 실패의 신호가 아닙니다. 냄새 교환과 긍정적 연상 훈련을 꾸준히 반복하며 첫째가 경계심을 풀 때까지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주세요.
Q2. 합사 기간은 보통 얼마나 걸리나요?
A. 정해진 답은 없습니다. 고양이의 성격에 따라 며칠 만에 끝나기도 하고, 몇 달이 걸리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정해진 기간이 아니라 '첫째 고양이의 반응'입니다. 앞 단계에서 긍정적인 신호가 보이기 전까지는 절대 다음 단계로 성급하게 넘어가서는 안 됩니다.
Q3. 둘째 유기묘를 입양하면 첫째가 덜 외로워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스트레스받는 것 같아요.
A. 네, 그럴 수 있습니다. 고양이는 독립적인 동물이라, 보호자의 생각처럼 '친구가 생겨서' 무조건 좋아하는 것은 아닙니다. 합사 초기에는 영역을 침범당했다고 느껴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당연합니다. 이 시기에는 첫째에게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표현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존중해주는 것이 스트레스 완화에 도움이 됩니다.